* 신삼부작 중 死
꼬질꼬질한 가방 안에 내용물이 보이지 않게 꽁꽁 싸매어진 비닐봉지가 가득 찼다. 장부를 뒤적거리던 레이겐은 조심스레 숫자를 세고, 그가 넘겨야 할 수량을 체크했다. 이러면 이번 달 생활비는 어떻게든 충당할 수 있다. 집세도 무난하게 넘길 수 있을 거였다.
그는 언제 울릴지 모르는 전화기를 바로 옆에 두고 타는 목을 축였다. 환기가 잘 되지 않는 방은 계절에 비해 훨씬 더웠다. 땀이 삐질 흐른다. 레이겐은 얇은 티셔츠를 팔락거렸다.
아마 조금 있으면 에쿠보가 돌아올 것이다. 가능하면 그 전에 나가는 게 좋았다. 에쿠보는 꽤 참견이 많은 타입이었고, 귀찮을 정도로 건방지게 굴었다. 괜히 시덥지 않은 시비가 걸리기 전에 자리를 뜨는 게 마음이 편했다. 그렇다고 나쁜 녀석은 아니었지만.
레이겐은 괜히 집안을 쓱 둘러보았다. 어쩌면 또 귀신처럼 나타날 지도 모른다. 워낙 기척이 없는 인간이었기 때문에, 레이겐은 뜬금없는 타이밍에 나타나는 에쿠보를 늘 조심해야 했다. 또 어디에선가 불쑥 나타난다면 역시 일이 귀찮아진다. 그게 제일 문제였다.
문제의 에쿠보는 부족한 집세를 메꾸기 위해 구한 룸메이트였다. 월세를 혼자 충당하기 어렵다고 느꼈을 때 갑자기 나타났다. 말 그대로, 뿅.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다짜고짜 레이겐 집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동거인을 구하고 있지 않냐고 물었다. 당황한 레이겐이 고개를 끄덕인 건 다분히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사실이긴 했으니까!
하지만 그 이후로의 정보 교환은 거의 없었다. 어찌 된 일인지 에쿠보는 레이겐에 대한 것을 얼추 알고 있는 듯 했지만 레이겐은 전혀 아니었다. 진짜 이름도, 나이도 정확하게 몰랐다. 에쿠보는 스스로를 그저 ‘에쿠보’라고 소개했다. 그 우스꽝스러운 건 뭐냐고 빈정거려도 그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에쿠보가 다발로 돈을 내밀지 않았더라면 레이겐은 에쿠보를 집에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에쿠보와 함께 살게 된 건 일종의 충동에 가까웠다. 왜 그런 충동이 갑작스레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레이겐은 잡념을 그만두고 바삐 시계를 확인했다. 괜히 긴장되는 시간이다. 이제 곧 전화가 걸려올 거였다. 그가 이번에 해야 할 일은 간단했다. 적당히 시간이 되면 쓰레기처리장 옆에 가방을 던져두고 오면 된다. 일이 잘못되면 곧바로 총에 맞아 뒤질 확률이 높긴 했다. 아. 이럴 때 자길 도와주는 신이 있다면, 꽤 유용하게 써먹어 줄 수 있을텐데. 레이겐이 문득 생각했다.
“흐음.”
그러고 보니 에쿠보는 이따금 스스로를 신이라 지칭하곤 했었다. 혹은 신이 되겠다고 말했던가.
어느 쪽인지 레이겐의 기억 속에서는 꽤나 가물가물 했다. 귀담아듣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정답이 어느 쪽이던 간에, 그런 발언 정도는 레이겐에게는 그다지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죄다 헛소리였다. 진짜로 초능력을 쓴다는 옆집 꼬마나, 신기루처럼 스쳐가듯 보이는 유령이라던가. 다 말이 안 되는 괴소문이었지만 그 정도야 그 인간들이 마약을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다 해결되는 일이었다.
인간은 모든 걸 가지기엔 그릇이 작은 존재였지만, 소위 말하는‘마법의 하얀 가루’는 얼마든지 그를 신으로 만들 수도, 악마로 만들 수도 있었다.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환상 꾸러미였지만 그럼에도 본인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찾아주니 퍽 나쁠 것도 없다.
물론 레이겐은 그런 것들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애초에 비참하기 그지없는 삶의 희망을 찾겠다고 스스로를 시궁창에 밀어 넣을 정도로 멍청하진 않았다는 뜻이다.
그는 굳이 따지자면 ‘신이 정말로 있다면 콱 뒈져버려라’는 쪽에 가까웠다. 그 이유는 아주 명확하고도 단순했는데, 신이 있다면 자신의 삶이 이렇게까지 힘들게 굴러가서는 안 된다는 거였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레이겐도 교회를 다녔고, 성당을 다녔다. 밥을 얻어먹기 위한 짧은 신앙이었지만, 신께 기도한 적도 있었다. 하느님, 저도 행복하게 해 주시면 안 될까요?
하지만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직접 마주한 현실은 갈수록 엉망이어서 레이겐은 희망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적당히 밥이나 굶지 않으면 되는 거였다.
아, 그러고 보니 신은 믿음 있는 자에게만 영광을 안겨주던가.
만약 그렇다면, 역시나 레이겐과는 관계없는 일이다. 아무런 담보 없이 믿음을 퍼 주는 건 위험한 일이다. 세상살이 어찌 될 줄 알고!
거기까지 생각한 레이겐은 가방을 도닥거렸다. 역시 돈이 최고지. 돈만 있으면 뭐든 다 된다. 행복이 다 뭐야. 돈이라는 확실한 담보를 가지고 노는 편이 훨씬 이득이었다. 그러니, 이번 일도 잘 되기만 하면…….
그리고 그 순간 문이 덜컥 열린다. 레이겐이 화들짝 놀라 작게 비명을 질렀다. 혹시 경찰일까 싶어 가방을 식탁 아래로 걷어차 숨긴 레이겐이 조심스럽게 현관을 살폈다.
“놀랐잖아! 문 좀 조심히 열면 어디가 덧나냐?”
그러나 돌아온 사람은 다름 아닌 에쿠보였다. 예상보다 조금 일찍 돌아온 것 같았다. 하는 일이 뭔진 알 수 없었으나. 에쿠보는 레이겐이 성을 내거나 말거나 신경도 쓰지 않았다. 레이겐은 초조하게 휴대폰과 에쿠보를 번갈아 보았다. 어째 싱글벙글 웃는 낯이 영 불안했다.
“레이겐.”
에쿠보가 그를 불렀다. 레이겐은 인상을 쓰며 에쿠보를 바라보았다. 왜? 굳이 소리 내지 않고 입모양으로 물은 레이겐이 식탁에 턱을 괴었다. 에쿠보가 성큼성큼 그의 옆으로 다가온다. 애초에 넓은 집이 아니었으니 속도가 퍽 빠르다.
“뭐야?”
레이겐의 목소리가 영 불안했다. 에쿠보가 레이겐의 손목을 잡아끈다. 어엇. 악력에 질질 끌려가다시피 한 레이겐은 주춤거리며 에쿠보의 걸음을 따랐다.
“야, 미쳤냐?! 뭐해?!”
이거 안 놔?! 레이겐이 낑낑대며 에쿠보의 손을 풀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그 순간 타이밍 좋게 벨소리가 울린다. 레이겐이 화들짝 놀라 핸드폰으로 손을 내밀었지만 이미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이거 놔! 저거 안 받으면 큰일 난다고! 사색이 된 레이겐이 고함을 쳤지만 에쿠보는 놓을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는 벨소리가 완전히 멎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미쳤어? 야! 에쿠보! 이거 놔!”
그리고, 뚝. 레이겐이 발악한 것에 비해 벨소리는 맥없이 끊어졌다. 에쿠보는 그 때에서야 레이겐의 손목을 놓았다. 쿠당탕. 반작용의 법칙에 의해 레이겐이 바닥에 나동그라진다. 레이겐은 허겁지겁 핸드폰을 쥐었다. 부재중 표시가 떠 있었다.
“우리 여행가자.”
난데없는 타이밍에 말한 에쿠보가 담배를 꺼내 물며 거실 귀퉁이에 놓인 소파에 주저앉았다. 레이겐은 에쿠보의 말에 대답해줄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돌아버리기라도 한 건지.
“너 약했냐? 혹시 포장해둔 거 멋대로 뜯은 거 아니지?”
에쿠보의 말은 뜬구름 잡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레이겐은 상대도 해주지 않았다. 그는 안절부절 못하는 손으로 핸드폰을 몇 번이나 쥐었다 놨다. 애석하게도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걸려온 전화라 다시 걸 수도 없었다. 그런 레이겐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에쿠보는 사과의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레이겐은 혹시나, 정말 에쿠보가 약을 한 건가 싶은 마음에 불안하게 가방을 뒤적거렸다. 다행스럽게도 가루가 새어나오는 곳은 없었지만, 뭔가 묘하게 상황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가방을 뒤집는 순간, 커다란 소리와 함께 눈앞이 흐려진다.
쿠당탕. 바닥에 쓰러진 것 같다. 흐느적대는 몸뚱아리는 곧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잠깐 자고 있어라. 에쿠보의 목소리가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내 흐려진다.
―
그리고 그가 눈을 뜬 곳은 달리는 차 안이었다.
레이겐의 몸은 뒷좌석에 얌전히 눕혀져 있었는데, 그는 뻐근한 뒷목을 잡으며 비척비척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리가 아팠다. 아무래도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리고 손목에서 익숙하지 않은 절그럭대는 소리가 난다. 어엇. 레이겐은 흐린 시야로 손목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수갑?”
제법 수갑의 길이가 길었던 탓에 바로 눈치 채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두 손에 채워진 수갑은 그가 움직일 때마다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레이겐이 인상을 찌푸렸다. 상황 파악이 빠르게 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것이 낯설었다. 이 차는 뭐지? 왜 내가 여기에 있지?
그리고 레이겐은 금세 답을 찾아냈다. 사실 답을 찾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에쿠보였다. 그가 기억하는 마지막 순간에 미친 짓을 하더니, 어째 끝장을 볼 모양이었다.
그는 운전석을 통해 보이는 익숙한 뒤통수에 냅다 목을 조를 듯 잡았다. 켁. 에쿠보가 맞춰주듯 작게 아픈 소리를 냈다. 그럼에도 차는 차선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뭐 하는 거야, 에쿠보?! 미친 자식아!”
“사고 난다고, 얌전히 있어.”
에쿠보의 목소리는 태연했다. 레이겐은 그의 손목에 쥐어진 수갑 사슬로 에쿠보를 협박할까 생각했지만, 에쿠보는 레이겐의 갑작스런 기상에도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예상했다는 듯 굴고 있었다.
운전을 방해할까도 고민했으나 지금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난동을 부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쨌거나, 레이겐은 상황을 빠르게 파악해야 했다. 그러고 나서야 무엇을 어찌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있을 테였다.
“지금 몇 시야? 얼마나 지났어?”
해야 할 일을 정한 순간, 레이겐은 최대한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어째 에쿠보가 운전하고 있는 차는 제대로 된 시계도 붙어있지 않을 정도로 구식이었으므로 그게 가장 중요했다.
사카모토씨의 전화를 받지 못한 채로 기절해 버렸으니, 어쩌면 이미 집은 총알로 난도질이 되어있을 수도 있다. 주어진 일을 하지 않았으니 담보였던 목숨을 내놓고 도망자의 운명을 맞이해야 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그가 가질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은, 시간이 생각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을 수습할 수 있을 거란 거였다.
그러나 에쿠보는 여전히 시큰둥했다. 그는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다. 이미 몇 개피인가 피웠는지 차 안은 담배연기로 자욱했다. 레이겐은 초조하게 바지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리고는 분주한 손으로 차 안을 뒤적거린다. 가만히 앉아있지를 못하는 레이겐을 백미러로 바라보며 에쿠보가 대답했다.
“몰라. 몇 시간 정도 지났을걸.”
레이겐의 안색이 눈에 띄게 나빠진다. 에쿠보는 다시 차창에 집중했다. 레이겐은 운전석 바로 옆으로 고개를 불쑥 내밀어 물었다. 목이 바싹바싹 탔다. 불안감은 머리 끝을 쭈뼛 서게 만들었고, 그는 이제 대책을 세울 자신이 없었다. 에쿠보가 모든 것을 망쳐버렸을 것 같은, 아주 좋지 않은 예감이다.
그리고 아주 불행하게도 레이겐은 그런 촉이 좋았다. 훌륭한 수준이다.
“그럼 내 가방은? 가방 가지고 왔어?”
레이겐의 심각한 목소리에도 에쿠보는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리고 말았다. 핸드폰은? 아니, 그래, 약은? 약은 어디 갔어?! 레이겐이 다급하게 질문을 더한다.
에쿠보는 그 때에서야 레이겐 쪽으로 짧게 시선을 던졌다.
“그거 아까 이 몸이 다 버리고 왔는데.”
“뭐?”
“가스렌지에 붓고 태웠어. 잘 타더만.”
“뭐라고 했어?!!”
레이겐이 빼액 고함을 질렀다. 얼굴에 핏기가 싹 가셨다. 에쿠보는 귓가에 바로 울리는 고함에 얼굴을 슬쩍 찡그렸다. 그는 지금 레이겐의 모든 말을 귓등으로도 듣고 있지 않았다. 전혀 진지하게 들을 생각이 없는 것이 분명했다.
이제 그의 인생은 망한 거나 다름없었다. 레이겐은 눈물이 날 것 같은 것을 꾹 참고 에쿠보의 멱살을 잡았다. 절그럭. 여전히 손목에 걸려 있는 수갑이 덜렁거렸다. 에쿠보는 레이겐이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운전에 집중해 있었다. 그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도 된다는 양.
“너 진짜 뭐 하는 짓이냐고, 아까부터! 뭐 하는 놈이야!”
누가 나 말려 죽이라고 보낸 놈이지! 그렇지! 레이겐이 악을 썼다. 레이겐이 이렇게까지 흥분하는 일은 사실 드문 일이었다. 나름대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목숨을 부지하는 편에 가까웠으니. 그러니 에쿠보는 그 장면이 조금 웃긴 것처럼 보였다. 사실 에쿠보는 아까부터 모든 상황을 비웃고 있긴 했다. 적어도 레이겐이 느끼기엔 그랬다.
“이 몸이 누군지 누누이 말 해 줘도 그러네.”
에쿠보가 기어를 당기려던 손으로 레이겐의 이마를 밀어 넘어뜨렸다. 분노에 산화되어 버릴 정도로 머리가 어질어질한 탓에 레이겐의 몸이 뒷좌석으로 나동그라진다. 에쿠보가 뻐끔뻐끔 피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매캐한 담배향이 퍼졌다.
“신이라고 말 했잖아.”
허. 레이겐이 헛웃음을 쳤다. 에쿠보는 더 이상의 부연설명도 없었다. 그냥, 그걸로 끝. 자기가 할 말은 다 했다는 것처럼.
약도 없고, 전화는 자기가 받지 않은 걸로 되었고, 장사꾼과는 접선도 없었고, 얌전히 있어야 할 집안은 이제 텅 비어 있다. 망했다. 모든 일이 꼬였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멀쩡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레이겐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나른한 표정의 에쿠보는 느긋하게 새로운 담배 필터를 질겅질겅 씹고 있었다.
“씨발…….”
레이겐이 절망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에쿠보가 푸핫, 크게 웃음을 터뜨린다. 시종일관 알 수 없는 일의 연속이었다. 오늘 하루를 기점으로 레이겐의 인생은 완전히 망한 거였고. 아.
“걱정 마. 네 인생은 항상 엿 같았으니까.”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망할 보조개 자식아.”
“글쎄.”
레이겐이 고개를 무릎 사이에 파묻었다. 한숨이 났다. 이제 이걸 어쩐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하면 좋나. 쫓기면서 살기는 싫은데. 하지만 가볍게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엔 그가 날려버린 마약은 자그마치 억 단위의 물품이었다. 하아아. 얼빠진 웃음소리가 터진다. 안타깝게도 그것은 웃음보다는 자조에 가까웠다.
그래, 그래도. 이왕 이렇게 된 거 집을 떠난 편이 잘 된 일이다. 아마 집에서 기절한 채로 있었다면 깨기도 전에 심장에 바람구멍이 났겠지. 엉망으로 난도질당하고 전 세계로 분해되어 팔려나갔을지도 모른다. 그래. 어쩌면 이게 낫다.
물론 이건 모두 에쿠보의 잘못이었지만.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했던 레이겐이 다시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쉰다. 그는 순간적인 충격에 늘어진 몸을 가까스로 등받이에 기대었다. 이제 될 대로 되라고 빌 수밖에 없었다. 젠장.
“……그래서, 어디 가는 거야?”
레이겐은 에쿠보에게 물었다. 알 수 없는 여행을 떠났으니, 잠시라도 다른 생각을 하는 편이 나았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지구가 끝나는 날을 보기 가장 좋은 곳.”
“…에쿠보 너 진짜 약 한 거 맞지?”
에쿠보의 대답에 레이겐이 잠시 고민하다 물었다. 에쿠보가 입꼬리를 비죽 올린다. 그는 대답 대신 가운데 손가락을 백미러로 들어 보였다.
'fic > 모브사이코 100'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쿠레이] 에로스의 과녁 1 (0) | 2017.06.21 |
---|---|
[에쿠레이] 낙원 2 (0) | 2017.06.18 |
[에쿠레이] 신신(信神) 2 (0) | 2017.06.04 |
[에쿠레이] 신신(信神) 1 (0) | 2017.05.28 |
[수위레이] Messed up *19 (0) | 2017.05.24 |